집마다 주말을 여는
루틴이 하나씩 있을 것 같아요.
심플리 스토리 · 살림
주말에 집이 어지럽혀지기 전, 사진 찍는 힐링 의식
가족이 늦잠 자는 동안 집을 한 바퀴 돌아요
글 심플리홈 에디터 · 2026.06.27
4분 읽기단비님 댁은 어떠세요?
1. 어지럽혀지기 전, 사진 찍는 시간
저희 집은 금요일에
교회에 다녀오면
밤 10시가 훌쩍 넘어요.
그래서 토요일 아침엔
저 빼고 다들 늦잠을 자요.
그럼 저는 혼자 일어나요.
곧 어지럽혀질 집이
아직 깨끗할 때
느긋하게 사진을 찍어요.
주말을 시작하는
저만의 힐링 의식이에요.
아이 셋이 깨어나면
집은 금세 놀이터가 되니까요.
정돈된 집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이때뿐인지도 몰라요.
깨끗한 집을 지키는 것보다, 깨끗한 순간을 알아봐 주는 게 저를 쉬게 해요.
2. 봉투 하나 들고 보물찾기
사진을 다 찍으면
박스나 큰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집 안 구석구석을 다녀요.
비울 것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는 거예요.
사진을 찍고 나서 둘러보면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
눈으로 매일 보던 집은
익숙해서 잘 안 보이는데
화면 속 집은 조금 낯설게 보이거든요.
늘 그 자리에 있던 물건이
사진에서는 유난히 튀어 보이기도 해요.
그런 물건이 비울 첫 번째 후보가 되기도 해요.
자잘한 쓰레기,
손이 안 가는 옷과 신발,
유치원에서 받아 온 교구와 작품 같은 것들이요.
봉투를 미리 들고 다니면
집어 든 물건을 다시 내려놓을 일이 줄어요.
"이건 나중에" 하고 미룰 틈이 없거든요.
주말엔 어떻게 해서든
비울 물건을 몇 개씩 찾아내요.
한 번에 하려면 하기 싫어지니까
틈날 때 조금씩이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강력하더라고요.
아이들 작품은
비울 때 제일 마음이 약해지는 물건이잖아요.
그래서 남길 것은
방연당 소중함 셰이커 박스 하나에 들어가는 만큼만 두기로 했어요.
상자가 차면
그중에서 다시 골라요.
오전에 찍어 둔 사진처럼
작품도 사진으로 한 장 남겨 두면
실물을 보내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전부 남기는 것보다, 가장 아끼는 것만 남길 때 추억도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3. 그게 지금의 저더라고요
오늘도 그러고 있는데
남편이 먼저 나왔어요.
더 자지 왜 벌써 일어났냐고 물었더니
"너가 그렇게 우당탕탕 소리를 내는데
자겠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어릴 때 생각이 났어요.
주말만 되면
꿀 같은 늦잠을 자고 싶은데
아빠가 한겨울에도 환기한다고
창문을 활짝 여셨어요.
청소기도 돌리시고요.
저는 귀를 틀어막고
"진짜 왜 저래" 했었는데
어...?
그게 지금의 저더라고요.
그래도 요즘 남편을 보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남편 같은 아빠에게서 자랐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고요.
4. 바닐라라떼 한 잔과 여름 물놀이
아침은 다 같이 일어나서
베이글, 삶은 계란, 토마토로
대충 챙겨 먹었어요.
주말 오전은
몬테소리 놀이로 시작하고요.
중간중간 일도 열심히 했어요.
오후엔 아이들과
분수 놀이를 갔어요.
가는 길에 습관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했다가
물놀이 가는 걸 떠올리고
하나는 바닐라라떼로 바꿨어요.
애들이랑 물놀이 갈 땐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살 비움 챌린지 동지들에겐
조금 미안하지만요.
저는 땀 나고 끈적이는 게
너무너무 싫어서
여름이 정말 힘든 사람이에요.
그런데 물줄기 앞에서
환호하는 아이들을 보는데
"피할 수 없으면 올여름 즐겨 보자"
이런 다짐이 들더라고요.
건강하고 시원하게 즐겨 보려고요.
더운 날 물놀이를 갈 땐
마실 물과 모자를 넉넉히 챙기고,
햇볕이 가장 센 한낮은 피하는 게 좋아요.
보통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가장 더운 시간이라
오전이나 해 질 무렵이 아이들에게도 덜 힘들어요.
여름엔 이런 고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잖아요.
오늘은 뭐 먹지,
오늘은 애들이랑 어디 가서 놀지,
몸은 축축 처지는데
집안일은 언제 하지.
이 고민들 하나하나 같이 해 보면서
덜 지치고 더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면 나눠 볼게요.
비움은 네 갈래로
단비님들이 남겨 주신 말 중에
"비울 때 그냥 버리세요, 나눔하세요?"
하는 질문이 있었어요.
저는 네 가지로 나눠요.
나눔, 버림, 기증, 판매요.
비움을 오래 하다 보니
당장 그 물건이 아까운 마음보다
쓰지 않는 물건이 우리 집에 있는 게
더 아깝더라고요.
그런 집에 사는 나와 가족이
가장 아까웠어요.
그래서 요즘은 나눔을 많이 해요.
봉투를 들기 전에 네 갈래를 정해 두면
물건마다 고민하는 시간이 짧아져요.
심플리 노트 | 주말 아침 10분 비움, 네 갈래로 나눠요
- 나눔: 상태가 좋고, 바로 쓸 사람이 떠오르는 물건. 아이 옷과 교구는 이웃이나 지인에게 가장 빨리 가요.
- 판매: 브랜드나 상태 덕분에 값이 붙는 물건. 사진 찍고 올리는 수고가 아깝지 않은 것만 골라요.
- 기증: 멀쩡하지만 줄 사람이 없는 물건. 박스에 모아 두었다가 한 번에 보내요.
- 버림: 깨지거나 오염된 물건, 짝을 잃은 물건
- 오늘 해 볼 일: 봉투 하나 들고 집을 한 바퀴. 다섯 개만 찾아도 충분해요.
비움이 막막한 분들을 위해
매달 한 공간씩 정해서
금요일 오전에 라이브를 하고
비움챌린지를 같이 해요.
주말 아침 혼자 깨어 있는 시간이 있는 분들,
비움을 몰아서 하다가 지치는 분들,
여름만 되면 축축 처지는 분들.
이번 주말도
반짝이는 여름 햇살의 절반만큼이라도
쨍한 주말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