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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리 스토리 · 살림

11평, 13평에서 배운 것

좁은 집에서 비움을 고른 시간이 지금을 만들었어요

글 심플리홈 에디터 · 2025.07.22

6년 전 사진을 뒤적이다가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11평에서 첫째를 키우고,
13평에서 둘째까지 네 식구가 살던 때 사진이요.

"와, 우리 진짜 좁은 데서 살았네."
그리고 바로
"감사하다" 싶었어요.

1. 좁은 집 사진을 다시 꺼낸 이유

왜 감사했냐면요.

제가 지금 집에서만 살았다면
계정을 보시는 분들 중에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셨을 거예요.

"집이 넓으니까 저렇게 살 수 있겠지."
"신축이라 수납공간이 많으니까 되는 거지."

그러고는 포기하셨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11평, 13평 시절 사진을
싹 다 모아 왔어요.
합리화하고 포기할 틈을 안 드리려고요.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어요.
저한테 미니멀라이프는
물건을 비우고 집을 단정하게 사는 것
그 이상이었거든요.

내 상황을 인정하고,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는 삶의 태도.

저한테 미니멀라이프는 그런 거였어요.

집이 좁다는 건 바꿀 수 없는 조건이었어요.
그런데 그 안에 무엇을 둘지는
제가 고를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바꿀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쓰기보다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손대는 것.
그게 저에게는 비움이었어요.

2. 11평에서 고른 건 불평 대신 비움이었어요

11평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불평 대신 부지런한 비움을 골랐어요.
짐으로 꽉 차서 답답한 것 대신
조금의 불편함을 골랐고요.

근데 생각해 보면
불편한 것도 별로 없었어요.
중고 거래를 부지런히 해야 하는 정도?

아기 물건은 쓰는 기간이 짧잖아요.
몇 달 쓰고 나면 다음 단계 물건이 필요해지니까
다 쓴 건 바로 내보내고,
필요한 건 그때그때 들이는 식으로
물건이 집에 오래 머물지 않게 했어요.

집이 작을수록
물건 하나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요.
그래서 작은 집에서는 몇 개만 비워도
바닥과 동선이 눈에 띄게 넓어져요.

그때는 지금보다
책도 장난감도 훨씬 적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랑
밖에서 노는 시간이 많았어요.
책 한 권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어 줘서
아이들이 외우는 책이 많았고,
장난감 하나로도 기똥차게 잘 놀았어요.

돌아보니 그 시간에 배운 게 있어요.

행복은 많이 가진다고 오지 않는다는 것.
아이의 발달도
육아템이 있고 없고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

육아템은 늘 새로 나오고,
다른 집 사진을 보면
우리 아이에게만 뭔가 부족한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돌아보면 아이들이 기억하는 건
물건보다 함께 보낸 시간이더라고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제가 이 계정에서 하는 말에
힘이 실린다고 생각해요.

넓은 집이 만든 살림이 아니라, 좁은 집이 가르쳐 준 살림이에요.

3. 평수는 핑계일 뿐이라는 말

단비님들이 남겨 주신 말 중에
30평에서 15평으로 이사 왔는데
평수는 핑계일 뿐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읽고 저도 모르게 웃었어요.

반대로 15평, 21평, 30평까지 넓혀 왔는데
여전히 집이 꽉 차 있다는 분도 계셨어요.

넓혀 가도 짐이 같이 늘어서
여전히 답답한 그 느낌 아시죠?

짐은 집 크기에 맞춰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서
넓은 집으로 가도 비우는 습관이 없으면
금방 다시 차요.
빈 벽이 있으면 수납장을 들이고,
수납장이 생기면 그 안을 채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평수보다
지금 가진 물건을 들여다보는 게 먼저였어요.

비싸게 산 멀쩡한 물건이라 아깝다는 분,
버리고 나면 꼭 필요해진다는 분,
작은 물건이 알까기하듯 늘어난다는 분도 계셨어요.
다 너무 공감되는 마음이에요.

아까운 물건은
마지막으로 쓴 때를 떠올려 보세요.
1년 넘게 손이 안 갔다면
지금의 우리 집에는 필요 없는 물건일 가능성이 커요.

심플리 노트 | 평수와 상관없이 오늘 해 볼 수 있는 것

  • 한 칸만: 서랍 한 칸을 열어 1년 넘게 손이 안 간 물건을 꺼내요.
  • 한 번만 묻기: 버리고 나서 다시 필요해지면, 그때 다시 살 수 있는 물건인지 생각해 봐요.
  • 들어오면 나가기: 새 물건이 하나 들어오면 같은 종류 하나를 내보내요.
  • 날짜 정하기: 중고로 팔 물건은 올릴 날짜를 정해 두고, 그 안에 안 되면 나눔이나 기부로 보내요.

집이 좁든 넓든,
신축이든 구축이든
환경 탓만 하고 두 손 놓고 살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

이 세상 내 맘대로 되는 거 하나 없어도
내가 사는 집과 공간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더라고요.

집이 좁아서 정리는 포기했던 분들,
넓은 집으로 가면 달라질 거라 믿었던 분들,
아까워서 못 비운 물건이 가득한 분들.

지금 사는 집이 만족스러우신가요?
고민할 것도 없이 "아니요"라면
저랑 같이 꽤나 괜찮은 집으로
내일부터 하나씩 만들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