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님들은 신혼 때
뭐 때문에 싸웠는지
기억나세요?
심플리 스토리 · 살림
가위 때문에 처음 싸운 날
5만 원 가위가 8만 원이 되어 돌아왔어요
글 심플리홈 에디터 · 2023.10.12
4분 읽기저는 몇 년이 지났는데도
도저히 잊히지가 않아요.
1. 5만 원짜리 가위
그때도 저는
기준이 하나 있었어요.
매일 쓰고 오래 쓰는 물건은
안 사면 안 샀지
비싸도 무조건 질 좋은 걸로 산다.
그게 돈 아끼는 거다.
그중 하나가
가위였어요.
주방에서 가위는
정말 매일 쓰잖아요.
고기 자르고,
김치 자르고,
아이들 면 자르고.
칼보다 더 자주 손이 가는 날도 많아요.
그래서 몇십 개나 되는 가위를 찾아보고
리뷰도 샅샅이 다 확인한 다음
그 당시 5만 얼마를 주고
가위를 샀어요.
신혼부부였던 저희에겐
더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이었죠.
드디어 가위가 도착해서
남편에게 자랑했는데
반응이 이랬어요.
"무슨 가위가 5만 원이라고?
5만 원짜리 가위도 처음 보고
그렇게 비싼 가위 사는 사람도 처음 본다.
다이소 가면 5천 원짜리 튼튼해 보이는 가위 많던데..."
저는 바로 받아쳤어요.
이 가위 사려고
내가 얼마나 알아봤는지 알아?
엄마가 늘 싼 가위를 사서
금방 부러지고 녹슬면 또 사고,
전에 쓰던 것도 안 버려서
집에 가위가 다섯 개씩 굴러다니는 게
너무 싫었다고요.
그래서 하나 사서
오래 쓰려고 산 거라고.
오빠는 이 가위
절대 쓰지 말라고요.
첫 부부싸움의 이유가
가위였어요.
2. 사라진 가위, 돌아온 가위
그런데 단비님들,
그 가위가 얼마 전에
집에서 사라졌어요.
분명 잘 쓰고
식기세척기 돌린 것까지 기억나는데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주방에서만 쓰는 가위라
다른 데 둘 일도 없는데
집을 다 뒤져도 안 나와요.
이런 일 겪어 보신 적 있으세요?
요즘 제가 새벽 3~4시까지 일하느라
아침이 너무 힘들어서
남편이 아이들 아침을 챙겨 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그 가위 빨리 다시 주문해 달라고
계속 이야기했는데
제가 너무 바빠서
까먹고 못 했거든요.
오늘 택배가 와서 뜯어 보니
바로 그 가위가 들어 있었어요.
다른 가위는 답답해서 못 쓰겠다고
남편이 자기 용돈으로
주문했대요.
신혼 때 들었던 핀잔이 생각나서
한마디 했어요.
그땐 무슨 가위를 5만 원 주고 사냐더니
오빠는 8만 원 주고 샀네?
몇 년 사이에
가격이 더 올랐더라고요.
그랬더니 남편이 그래요.
신혼 땐 살림의 ㅅ도 몰랐는데
같이 살아 보니
물건은 한 번 살 때
제대로 된 좋은 걸 사는 게
백번 천번 맞더래요.
아이 셋 아침을 직접 챙겨 보니
매일 쓰는 가위 하나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알게 된 거겠죠.
싸게 여러 번 사는 것보다, 좋은 걸 한 번 사는 게 결국 덜 쓰는 거더라고요.
3. 하나를 제대로 사면 줄어드는 것들
싼 물건을 여러 번 사면
버리는 일도 여러 번 생기고,
서랍 속 비슷한 물건도
하나씩 늘어나요.
하나를 제대로 사면
고민도,
자리도,
하나로 줄어요.
주방 가위를 다시 고른다면
저는 이런 걸 볼 것 같아요.
날이 분리되는지.
가위는 두 날이 맞물리는 사이에
양념과 기름이 끼기 쉬운데,
분리가 되면 그 사이까지 씻을 수 있거든요.
손잡이까지 한 소재인지.
손잡이와 날 사이 이음새가 없으면
물이 고이거나 때가 낄 틈도 줄어요.
씻고 나서 바로 물기를 닦을 수 있는지.
아무리 좋은 스테인리스도
젖은 채로 오래 두지 않는 게
오래 쓰는 방법이더라고요.
예를 들면
토리베 가위는
날과 손잡이 전체가 스테인리스인 일본산 주방가위인데,
손잡이를 110도로 벌리면 날이 분리돼서
구석까지 씻을 수 있어요.
단비님들이 남겨주신 말 중에도
"항상 쓰는 물건일수록 좋은 걸 사요.
그게 몸과 돈을 아끼는 방법이더라고요"
라는 말이 있었어요.
물건 하나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남편이 이해를 못 했는데
나중엔 똑같이 되더라는 분도
계셨고요.
정말 맞아요.
하나를 사더라도
제일 마음에 드는 좋은 걸 사는 게 좋더라고요.
특히 매일 쓰거나
일 년 넘게 쓰는 물건은
더더욱이요.
심플리 노트 | 오늘 해 볼 작은 실천
- 주방 서랍을 열고 가위, 집게, 국자처럼 같은 역할을 하는 물건이 몇 개인지 세어 봐요.
- 가장 손이 자주 가는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울 상자에 넣어 일주일만 지내 봐요.
- 일주일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면, 그 물건은 이미 없어도 되는 물건이에요.
- 남긴 하나가 자주 불편했다면, 그게 다음에 '제대로 된 하나'로 바꿀 물건이에요.
싼 걸 사고 또 사서 같은 물건이 여러 개인 분들,
물건 하나 고르는 데 오래 걸리는 분들,
매일 쓰는 살림부터 하나씩 바꾸고 싶은 분들.
저는 앞으로도 단비님들께
오래 만족하며 쓸 수 있는 물건,
쓸수록 잘 샀다 싶은 물건만
소개할 거예요.
그래서 단비님들의
시간과 돈, 에너지를 아껴 드리고
"덕분에 잘 샀어요"
이 말을 듣는 게
제 목표예요.
가위 이야기를 하다가
심플리홈 목표까지
말하게 되네요.
그나저나 그 가위는
정말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도둑이 와서
가위만 가져가진 않았을 텐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