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님은 혹시
어떤 결핍이 있으세요?
심플리 스토리 · 살림
결핍이 무기가 되기까지
제 삶을 만든 세 가지 결핍 이야기
글 심플리홈 에디터 · 2024.03.03
5분 읽기제 삶을 돌아보니
지난 시절 겪은 결핍들이
결국 제 무기가 되었더라고요.
오늘은 그 세 가지를 꺼내 볼게요.
결핍이라고 하면
보통 숨기고 싶은 이야기잖아요.
저도 오랫동안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매일 하는 살림,
물건을 고르는 기준,
단비님들께 나누는 이야기들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작에는 늘 이 결핍들이 있더라고요.
1. 물건으로 가득했던 친정집
첫 번째 결핍은
물건으로 가득했던 친정집이에요.
친정엄마는 저장강박이 있으셨어요.
그래서 단비님들이 디엠으로
"서아님, 정말 부끄럽지만..."
"깜짝 놀라시겠지만..."
이렇게 보내셔도
저는 별로 놀라지 않아요.
집에는 늘
오만 가지 물건이 차 있었어요.
같은 종류의 물건이 셀 수 없이 많아서
하나를 찾으려면
이리저리 다 뒤져야 나왔어요.
집은 몸과 마음이 쉬는 곳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방이 짐이다 보니
집에 있으면 한숨이 푹푹 나왔고
마음 어딘가가 늘 불편했어요.
신기한 건요,
그런 집에 살 때는
비워야겠다는 생각조차 잘 못 했어요.
물건에 둘러싸여 있으면
그 상태가 익숙해져서
문제로 보이지 않기도 해요.
저장강박은
게으름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마음의 어려움이기도 하대요.
그래서 저는 이 이야기를
누구를 탓하려고 꺼내는 게 아니에요.
20대가 되어 자취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저만의 공간이 생겼어요.
그 공간만큼은
단정하고 깔끔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어요.
꼭 필요한 물건으로만 채웠고,
심플한 물건을 골랐어요.
그랬더니 집에 있는 시간이
진짜 쉬는 시간이 되었어요.
정리된 집에 있으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생각이 떠올랐고요.
내 공간을 내가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 삶까지 정돈해 주는 것 같았어요.
그 결핍이
지금 아이가 셋이어도
단정하게 사는 힘이 됐어요.
아이가 셋이면
물건은 저절로 늘어나요.
선물로 들어오고,
물려받고,
아이들이 하나씩 주워 오기도 하고요.
그래도 지금 집이 무너지지 않는 건
물건이 쌓인 집이 어떤 마음을 주는지
몸으로 기억하고 있어서인 것 같아요.
물건이 많은 집에서 자랐기에, 비어 있는 집이 주는 쉼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2. 11평에서 시작한 신혼집
두 번째 결핍은 좁은 집이에요.
신혼을 11평에서 시작했어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거의 바로 결혼했는데
그때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우리 둘이 함께라면 좁은 건 문제없어~"
둘이 살 때는 딱 좋은 크기였어요.
그런데 그 집에서 첫째를 낳고 보니
정말 비좁더라고요.
아주 작은 방 하나에
거실 겸 큰방이 전부였거든요.
그 뒤로 애 둘을 13평에서 키웠어요.
그 때문인지, 덕분인지
좁은 집에서는
작은 물건도 짐처럼 느껴졌어요.
물건 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그만큼 사람이 지나갈 길이 줄어드는 집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물건을 살 때
누구보다 신중해졌어요.
사기 전에 늘 따졌어요.
"이거 정말, 꼭 필요한가?"
사기 전에
그 물건이 들어갈 자리부터 떠올려 보면
답이 빨리 나와요.
그러다 보니
필요한 물건과
비워도 되는 물건을
빠르게 구별하는 눈이 생겼어요.
그리고 확신하게 됐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요.
그 시간이 지금의 심플리홈을 만든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해요.
좁은 집이 가르쳐 준 건, 많이 갖는 법이 아니라 잘 고르는 법이었어요.
3.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간
세 번째 결핍은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이에요.
첫째를 낳자마자
코로나가 터졌어요.
아이 키워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첫 출산 때 필요한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요.
외출도 어려웠던 때라
거의 모든 물건을 온라인으로 샀어요.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빠르고 정확하게,
가장 싸게 사는 노하우가 많이 생겼더라고요.
같은 물건을 몇 군데씩 비교하고,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따지고,
한 번 살 때 제대로 사려고 애쓰던 시간이었어요.
그때는 그저 버티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두 번째 결핍에서 생긴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과
세 번째 결핍에서 생긴 "어떻게 하면 잘 살까?"라는 질문이
만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가장 컸던 결핍들이
지금 가장 강한 무기가 됐어요.
그 강점으로
이렇게 모여 주신 단비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요즘 정말 행복하고 감사해요.
사실 고만고만한 아이 셋을 키우며 일하고,
하루에도 수십 통의 디엠에 답하고,
살림까지 해내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앞으로 이 강점을
마음껏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요.
결핍을 무기로 바꾸는 법
단비님들 중에도
이런 분이 계셨어요.
엄마가 정리를 못 하셨다는 이야기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는 분,
하루에 하나씩 버리는 중이라는 분,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의 기준이
아직 모호하다는 분도요.
기준이 모호할 때는
최근 1년 동안 썼는지부터 물어보면
출발하기 쉬워요.
심플리 노트 | 기준이 모호할 때, 물건 하나에 세 가지만 물어요
- 최근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썼는지
- 지금 이 집에 이 물건이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 같은 역할을 하는 물건이 이미 있는지
- 하나라도 "아니요"라면 비울 후보예요. 오늘은 서랍 한 칸, 물건 하나부터 해 보세요.
저처럼 물건 많은 집에서 자란 분들,
좁은 집이라 마음까지 답답한 분들,
비워도 비워도 정리한 느낌이 안 드는 분들.
인생은 해석이라고 하잖아요.
지금 결핍 때문에 힘드시다면
그걸 무기로 바꿀 방법을
한번 고민해 보세요.
분명 있을 거예요.
결핍은 지나간 상처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만든 재료더라고요.
봄을 앞두고
날이 아직 차요.
몸 따뜻하게 챙기시고,
내일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