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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울수록 살림이 쉬워지는 곳

심플리홈 집들이 02. 주방편

2026.10.18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공간.

저에게 주방은 그런 곳이에요.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하루 세끼를 챙기고, 간식을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정리하는 일이 끝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그 시간이 꼭 복잡하고 힘들 필요는 없잖아요.

요리를 잘하려면 좋은 장비가 많아야 하고, 살림을 잘하려면 이것저것 갖춰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반대였어요.

물건이 많아질수록 찾고, 꺼내고, 다시 정리하는 일도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주방을 꾸밀 때 무엇을 더 들일까보다 어떻게 하면 살림이 조금 더 쉬워질까를 먼저 생각해요.

심플리홈 주방 한눈에 보기

  • 남긴 조리도구: 냄비, 프라이팬, 도마
  • 수납 원칙: 수납장은 80%까지만 채우기

1. 아무것도 없는 주방 상판

저희 집 주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올라와 있지 않은 상판이에요.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도 가능하면 정해진 자리에 넣어두려고 해요.

물론 매일 쓰는 물건을 꺼내고 넣는 게 처음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런데 막상 이렇게 살아보니 오히려 그 반대더라고요.

요리를 시작할 때 물건을 옮기며 자리를 만들 필요가 없고, 식재료를 꺼내거나 도마를 놓을 때도 언제든 넉넉하게 쓸 수 있어요.

무엇보다 요리를 마치고 나면 상판 한 번 닦는 것으로 주방 정리가 거의 끝나요.

심플리 노트 | 상판을 비우는 순서

  1. 상판 위 물건을 모두 내리고, 일주일 동안 실제로 꺼낸 것만 표시해요.
  2. 매일 쓰는 건 상판 바로 아래 첫 번째 서랍이나 문 안쪽으로 옮겨요.
  3. 일주일에 한두 번 쓰는 건 그다음 칸으로 보내요.
  4. 한 번도 꺼내지 않은 건 주방 밖 보관함이나 비움 상자로 보내요.

물이 닿는 개수대 주변만큼은 예외예요. 수세미와 세제는 쓰는 자리 가까이에 두되, 개수 줄이기에 집중해요.

상판 위에 꺼내는 건 요리할 때 쓰는 원목 도마 하나예요.

라치우드 클래식 보드는 캐나다 낙엽송을 손으로 깎아 만든 엔드그레인 도마예요. 나뭇결의 단면이 위를 향하는 구조라 칼이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칼자국도 비교적 덜 남아요.

재료를 손질하고 나서 그대로 식탁에 올려도 예뻐서 도마 겸 서빙 보드로 같이 써요. S·M·L 세 가지 크기가 있어요.

심플리 노트 | 원목 도마, 이렇게 관리해요

  • 쓰고 나면 미온수에 순한 세제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 세워서 말려요.
  • 물에 오래 담가두거나 식기세척기에 넣지 않아요. 베이킹소다도 원목을 상하게 할 수 있어 쓰지 않아요.
  • 한 달에 한 번, 밀랍과 미네랄오일로 만든 라치우드 보드 컨디셔너를 얇게 발라줘요. 새 도마라면 처음 한두 달은 일주일에 한 번 발라주는 게 좋아요.
  • 직사광선과 불 가까운 곳은 피해서 보관해요.

개수대 옆에는 마마포레스트 316L 스텐 링 수세미와 클라 주방 클리너만 두었어요.

316L 스테인리스로 만든 링 수세미라 녹이 잘 슬지 않아 오래 쓸 수 있고, 링 형태라 걸어두면 금방 말라요.

클라 주방 클리너는 독일에서 만든 무향 클리너예요. 냄비와 프라이팬, 싱크대는 물론 인덕션 상판까지 이것 하나로 닦아서 세제 종류를 여러 개 둘 필요가 없어요. 향이 없어서 음식 냄새와 섞이지 않는 것도 좋고요.

설거지는 마마포레스트 내추럴 멀티바로 해요. 젖은 수세미에 문질러 거품을 내는 고체 비누인데, 과일·채소용 세척제 기준으로 만들어서 아이들 식기는 물론 과일과 채소를 씻을 때도 써요. 액체 세제 통이 없으니 개수대 주변이 한결 단정해요.

개수대 앞에는 디어커스 처마 싱크대 물막이를 달았어요. 설거지할 때 튀는 물이 상판으로 넘어오지 않아서 마지막에 상판을 닦는 일이 훨씬 줄었어요.

정리를 계속해야 하는 주방보다 정리할 일이 적은 주방을 만들고 싶었어요.

2. 딱 필요한 냄비와 프라이팬만 남긴 수납장

한때는 요리마다 전용 냄비와 프라이팬이 있어야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요리하다 보면 늘 손이 가는 것들만 쓰게 되더라고요.

크기별로 여러 개 있어도 자주 쓰는 냄비는 정해져 있고, 특별한 요리를 위해 샀던 도구는 일 년에 한두 번도 꺼내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우리 가족의 식사에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겼어요.

저희 집에 남은 조리도구

  • 국과 찌개를 끓이는 냄비 1개: 쿠자 라인티탄 냄비
  • 굽고 볶는 스킬렛 1개: 쿠자 라인티탄 스킬렛
  • 아이들 이유식과 간식용 작은 냄비 1개: 쿠자 베이비팟 14cm

냄비를 고를 때는 "이거 하나로 몇 가지 요리를 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요.

쿠자 라인티탄은 316Ti 스테인리스로 만든 냄비예요. 코팅 없이 스테인리스로 된 냄비라 코팅이 벗겨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바닥부터 옆면까지 다섯 겹으로 이어진 통5중 구조라 열이 냄비 전체에 고르게 전해져요.

편수와 양수 중에서 고를 수 있고 냄비는 18cm부터 28cm까지 크기가 다양해요.

베이비팟은 같은 통5중 구조로 만든 지름 14cm 작은 냄비라 아이 한 명 몫의 국을 데우거나 달걀 하나를 삶을 때 딱 좋아요. 작은 요리에 큰 냄비를 꺼내지 않으니 설거지도 가벼워졌어요. 냄비와 프라이팬이 적으니 겹겹이 쌓아둘 필요도 없고, 필요할 때 바로 꺼내고 설거지한 뒤에도 제자리에 넣기가 쉬워요.

심플리 노트 | 냄비는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지난 2주 동안 만든 메뉴를 적어보세요. 그 메뉴를 만드는 데 쓴 냄비와 팬에 동그라미를 치면, 그게 우리 집의 진짜 필요량이에요.

  • 많은 집이 국·찌개 냄비 1개, 작은 냄비 1개, 프라이팬 1개, 웍이나 깊은 팬 1개로 대부분의 요리를 해결해요.
  • 동그라미가 하나도 없는 도구는 바로 버리지 말고 박스에 넣어 한 달 동안 따로 두어 보세요. 한 번도 찾지 않았다면 보내도 괜찮아요.

좋은 주방은 모든 요리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 자주 먹는 음식을 부담 없이 만들 수 있는 곳이에요.

3. 80%만 채운 수납장과 냉장고

주방 수납에서 제가 지키는 원칙은 꽉 채우지 않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빈 칸이 보이면 뭔가를 더 넣어야 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수납장이 꽉 차 있으면 뒤에 있는 물건을 꺼내려고 앞에 있는 걸 전부 빼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칸마다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여백을 남겨둬요. 저는 이걸 '80% 수납'이라고 불러요.

냉장고도 같은 원칙이에요.

반찬과 소분 재료는 리빙크리에이터 동그락 유리 용기에 담아요.

236ml, 472ml, 944ml 세 가지 크기의 둥근 용기가 한 세트에 같은 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크기가 달라도 냉장고 안이 차분해 보여요.

가장 작은 236ml 용기에는 눈금이 있어서 아이들 간식이나 양념을 계량해 담기에도 편해요.

심플리 노트 | 용기는 한 브랜드, 두세 가지 크기로

  • 용기 모양이 제각각이면 뚜껑 찾는 일이 생기고, 쌓을 때 빈틈이 생겨요.
  • 같은 라인에서 크기만 두세 가지로 맞추면 뚜껑 짝 맞추기가 쉬워지고 수납도 반듯해져요.
  • 저희 집 기준: 작은 반찬은 236ml, 국이나 소분 재료는 472ml, 손질한 채소는 944ml.

수납장의 빈자리는 낭비가 아니라, 꺼내고 넣기 쉽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4. 하나씩 아껴서 고른 그릇들

저는 물건을 비우는 것도 좋아하지만 좋은 물건을 고르는 일도 참 좋아해요.

특히 그릇은 제게 조금 특별한 물건이에요.

매일 쓰는 물건이지만 그릇 하나에 따라 같은 음식도 전혀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그릇만큼은 무조건 적게 갖기보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들을 하나씩 고르려고 해요.

예쁜 그릇을 발견했다고 바로 사지는 않아요.

우리 집에서 자주 먹는 음식과 잘 어울릴지, 이미 가진 그릇들과 조화로울지, 오래 써도 질리지 않을지.

그렇게 고민해서 들인 그릇들이 하나둘 모였어요.

그릇장을 열어보면 매일 쓰는 그릇과 기분 따라 고르는 그릇이 나뉘어 있어요.

매일 쓰는 건 폴라앳홈 리뉴얼반이에요. 공기, 찬기, 오발 플레이트가 한 라인으로 맞춰져 있어 한식 한 상을 차려도 산만하지 않아요.

기분 따라 꺼내는 건 인소일의 오발 큰접시나 사투니아의 로마 원형 플레이트예요.

인소일 그릇은 손으로 빚어서 유약이 흐른 모양과 색이 하나하나 조금씩 달라요. 같은 접시인데도 꺼낼 때마다 표정이 달라 보여서 브런치나 메인 요리를 담는 날 자주 손이 가요.

사투니아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도자기인데 오븐과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에 모두 쓸 수 있어요. 예쁜 그릇인데 관리까지 편하니 '아끼느라 못 쓰는 그릇'이 되지 않더라고요.

심플리 노트 | 그릇이 많은데 왜 맨날 같은 그릇만 쓸까요? 한 주 동안 실제로 꺼낸 그릇을 그릇장 앞쪽으로 모아보세요. 대부분의 집이 전체 그릇의 일부만 돌려 쓰고 있어요.

  • 앞쪽에 모인 그릇: 우리 집의 진짜 기본 그릇
  • 뒤쪽에 남은 그릇: 왜 안 쓰는지 하나씩 이유를 적어보기 (무겁다, 크기가 애매하다, 전자레인지에 못 쓴다 등)
  • 새 그릇을 살 때는 그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지 먼저 확인해요.

아이들에게도 되도록 도자기 그릇을 건네요.

처음에는 깨질까 봐 걱정했는데 도자기 그릇을 쓰기 시작하니 아이들이 그릇을 두 손으로 조심히 들고 식탁 위에 살며시 내려놓더라고요.

다만 아직 손힘이 약한 막내에게는 무거운 도자기 대신 곡물도자기 유아식판을 줘요. 쌀과 옥수수 같은 곡물 전분으로 만든 식판이라 플라스틱이 아니면서도 가벼워서 혼자 들고 옮기기에 부담이 없어요.

물건을 소중히 다루는 법은 말로 가르치기보다 소중한 물건을 직접 써보면서 배운다고 생각해요.

물건을 적게 갖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충분히 누리는 것. 제가 생각하는 비움과 채움의 균형은 그런 모습에 가까워요.

5. 가족의 시간이 모이는 원목 식탁

주방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가족이 함께 앉는 원목 식탁이에요.

아무리 바쁜 하루를 보내도 하루에 몇 번은 온 가족이 이곳에 모이거든요.

아침을 먹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녁에는 오늘 있었던 일을 나누는 곳.

식탁은 피이알 B 원목 테이블이에요. 길이는 1600mm부터 2200mm까지, 폭은 750mm와 900mm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다섯 식구가 넉넉히 앉을 수 있는 크기로 맞췄어요.

의자는 같은 라인의 B 원목 체어로 맞췄어요. 테이블과 의자의 나무 톤이 같으니 식탁 주변이 하나의 가구처럼 정돈되어 보여요.

수저는 니코트 샤틴 컬러 수저세트를 써요. 가족마다 색을 하나씩 정해두니 아이들이 자기 수저를 스스로 찾아 놓아요.

심플리 노트 | 식탁 위가 늘 복잡하다면 택배, 우편물, 약, 아이 준비물이 식탁에 모이는 건 그 물건들이 갈 자리가 없어서일 때가 많아요.

  • 식탁 근처에 '잠깐 두는 자리' 하나를 정해요 (트레이 하나면 충분해요).
  • 하루에 한 번, 그 자리만 비워요.
  • 식탁 위에는 밥 먹을 때 필요한 것만 올려요.

저는 이 식탁이 언제나 근사한 음식으로 채워져 있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간단하게 차린 한 끼라도 가족이 편안하게 둘러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충분해요.

주방에 물건을 많이 두지 않는 이유도, 결국 이 시간을 조금 더 여유롭게 누리고 싶어서예요.

비웠지만, 일상은 더 풍성해진 주방

주방을 비우면서 제가 얻은 건 단순히 넓어진 공간만은 아니었어요.

요리할 때 물건을 찾는 시간이 줄었고, 설거지한 물건을 제자리에 넣는 일도 쉬워졌어요.

주방을 정리하는 데 쓰던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드니 그만큼 다른 일에 쓸 여유도 생겼고요. 그렇다고 모든 물건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자주 쓰는 냄비는 남기고, 아끼는 그릇은 기꺼이 들이고, 가족이 함께하는 식탁에는 충분히 투자해요.

필요하지 않은 것은 비우고, 소중한 것은 잘 누리며 사는 것.

그게 제가 주방을 채워가는 방식이에요. 주방은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곳이지만 그 반복이 꼭 지루하거나 힘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조금 덜 꺼내고, 조금 덜 치우고, 조금 더 편하게 요리하고, 그렇게 아낀 시간과 마음으로 가족과의 식사를 조금 더 즐길 수 있다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주방은 살림을 잘하는 사람만 쓸 수 있는 주방이 아니라, 누구라도 살림이 조금 덜 지치고, 평범한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누릴 수 있는 주방이에요.

단정한 집에서 오는 행복을 오래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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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궁금했던 정보들 이렇게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너무 좋아요!!❤️

    • 저희집과 같은걸 쓰시는걸 보는 부분들마다 뿌듯하네요! 양ㄴ

    • 가루와 액체류 양념장들은 어디에 보관하시는지 궁금해요